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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지역특산품 쇼핑몰 전락한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고향세 '산파역'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

2010년 국내 도입 주장 첫 연구 논문 게재

日, 인기 답례품 제공 지자체에 기부 쏠림

상·하위 10위 지자체 모금 격차 10만 배

모금액 급증 불구 균형발전 역행 '부작용'

국회 개정안 통과로 공은 이제 지자체로

'2년차 징크스' 깨고 홀로서기 역량 키워야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서울경제DB




설 연휴를 1주일 앞둔 1일 ‘고향세’ 제도 개선안(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시간을 끌면서 본회의 통과가 다소 지연됐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누구보다 촉각을 세운 이가 염명배(사진)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다.

염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는 데 산파역을 맡은 인물이다. 2010년 9월 국내 학계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국내에 도입하자는 학술 논문(‘일본 후루사토(故鄕)납세제에 대한 논의와 한국형 고향세 도입 가능성 검토’)을 내놓는 등 고향세 제도화를 학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한국재정학회장(2012년)을 지낸 정통 거시경제학자로 지난해 12월에도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고향기부제는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 원 이내로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지역 답례품 수령 등 혜택을 받는 제도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재정을 확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모금액은 650억 원. 정부 목표치 500억 원을 웃돌아 일단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모금액 추이를 보면 불안한 느낌을 준다”는 게 염 교수의 판단이다. 지난해 첫 분기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발벗고 나선 데다 손흥민 선수가 가입하면서 반짝 붐이 일었지만 2·3분기 연속 줄어들다 4분기 연말정산을 앞두고 대폭 늘어났다. 그는 “첫해 실적보다 둘째 해부터 실적이 진정한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흔히 말하는 ‘2년 차 징크스’를 깨고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신규 기부자의 지속적 확대와 기존 기부자의 이탈을 막을 지자체의 역량 확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日고향납세제, 모금액 119배 급팽창에 드리운 그림자






그가 고향기부제에 천착하게 된 것은 기부를 생활화한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30여 년 전 충남대 교단에 서면서부터 지금껏 소액 정기 기부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30년 기부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으로부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유니세프에는 22년째, 모교 서울대와 교편을 잡은 충남대에는 각각 10년 넘도록 장학금을 전달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충남대 ‘명예교수회 장학기금’에 매월 1만 원씩 20년 동안 기부하기로 서약했다.

염 교수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공은 이제 지자체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개정 법률은 기부 한도의 증액(500만 원→2000만 원)과 향우회·동창회를 통한 홍보 허용, 지정기부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고향기부제 활성화의 전기가 마련됐다”며 “제도 활성화를 위해 조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스스로 기초 체력을 다져 홀로서기할 수 있는 독자적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역시 2008년 제도 도입 후 5~6년 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기부금이 증가하면서 외견상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금액은 첫해인 2008년 81억 엔에서 2022년 9654억 엔으로 무려 119배 늘어났다. 하지만 염 교수는 본말이 전도된 기형적 성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일본의 기부금 모금 상위 10위와 하위 10위의 격차가 무려 10만 배가 넘고 상하위 100위권으로 넓히더라도 모금액 격차가 132배에 이른다”며 “모금액이 많은 지역은 인기 있는 답례품을 제공한 지역으로, 변변한 특산품이 없는 지자체는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부라는 본연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관제 특산물 쇼핑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탓에 일본 정부도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폐기했다고 그는 전했다. 일본의 고향기부금 증가는 2015년 세액공제 확대 등 제도 개선 효과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홋카이도를 필두로 한 증정 답례품이 인기를 끈 게 결정적이었다.

그는 “답례품도 좋고 세액공제도 좋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고향기부제의 근본 목적이 고향을 사랑하고 농어촌을 지원하는 기부 문화를 높이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모금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겠지만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향기부제는 보조금 덫에 빠진 지자체가 진정한 자치행정으로 진화할 수 있는 이상적 제도”라면서 “지자체가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쥔 주인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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